20여년전 멀티미디어 PC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세진컴퓨터랜드의 펜티엄3 세종대왕 2000이다. 당시 나의 재산1호 였을만큼 애지중지 하다가 어느순간 업그레이드의 희생물로 사라졌다. 다시 20년이 흘러서 그때를 추억하고자 믿기지 않을만큼 상태가 깨끗한 A급을 손에 넣었다. 대왕님을 모셔두고 용포를 벗겨보니 내부도 상당히 깨끗했다. 부식이나 녹쓴 흔적도 없이 멀쩡한 상태였으며 외관도 흠집없는 문화재 보존상태였다. (아래 사진은 최종정비 후 부팅에 성공한 인증샷~)
그런데 전원을 꽂고 파워를 눌러보니 벽돌처럼 굳어서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얼마나 오랜시간을 잠들어 있었는지 마치 미이라처럼 차갑게 굳어 있다. 맨붕이 오는순간이었다. 어디서 부터 손을 봐야하나. 결국 내부의 모든 부품을 해체하기로 했다. 약 1시간에 걸쳐 해체 및 재조립이 완성되었다. 다시 전원을 꽂고 파워를 눌렀다. 역시나 벽돌이다 (2차 맨붕....)
증상은 파워 자체가 작동을 안한다는 것이다. 펜이 돌아야 하는데 완전히 죽어버렸다. 결국 파워를 교체하기로 했다. 문제는 세종대왕 2000의 메인보드가 20핀 ATX 파워소켓인데 교체할 파워는 전부 24핀 소켓이다. 4핀소켓 분리형을 찾아보아도 모두 24핀 일체형이네... 며칠뒤 중고로 20핀+4핀 분리형 파워를 구입했다.
그리고 다시 파워 교체작업을 진행했다. 아뿔사 .. 여기서 또다른 2차 복병이 출현했다. 파워를 교체하는건 문제가 되지않는데, 세종대왕의 내부스피커와, 서라운드, 그리고 우퍼를 전담하는 하단 전용회로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선이 따로 있어야했다. 세종대왕에 장착된 기존 파워는 아래와 같이 별도의 배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교체할 표준파워는 이 선이 없는것이다. (아래 힌선과 검은선 튜브)
본래 구조가 아래처럼 파워에서 힌선과 검은선이 별도로 배출되어 오른쪽의 서라운드, 우퍼를 컨트롤하는 도란스 튜브로 연결되는 설계인데 일반 파워에는 저런 선이 없지않은가? 지식을 얻고자 다시 인터넷을 탐독했다. 파워의 배션 색깔별 전압을 알아보기로 했다.
다양한 컬러의 전선들로 구성되어 있는 파워서플라이는 저 전선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다. 전선색으로 전류를 구분하면 AC 220V 로 입력이 된 전류가 파워 서플라이를 거치면서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이 볼트가 형성된다
1번 : 3.3V (주황선)
2번 : 5V (빨간선)
3번 : 12V (노란선)
4번 : -12V (파란선)
5번 : -5V (흰선)
이런 5가지 조합의 DC (직류) 로 출력이 되는데, 이걸 다시 조합을 하면
6번 = 1번+4번 = 15.3V
7번 = 2번+4번 = 17V
8번 = 3번+4번 = 24V
9번 = 1번+5번 = 8.3V
10번 = 2번+5번 = 10V
11번 = 3번+5번 = 17V
간단한 이해는 했지만 어쨌든 우퍼스피커로 들어가는 배선의 전압은 알 수 가 없다. 파워의 전선색은 녹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파란색, 힌색, 검은선이 모여 20핀(24핀)을 모듈을 형성한다. 하지만 우퍼로 연결되는 흑백의 2가닥 전선은 굵기가 특별히 굵고 단단해서 24핀 모듈에서 따올수 있는게 아니었다.
결국 파워를 분해하기로 했다. 이것까지 잘못해서 버리면 영영 세종대왕의 부활은 실패할것 같았다. 그런데 파워서플라이 구조가 특이해서 나사를 풀었는데도 케이스가 분해되지 않는다. 나사 드라이버로 파워를 재껴가며 조심스레 개봉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세종대왕의 파워... 고작 250W 용량이라니. 내부를 보는순간 단번에 파악된 전선의 연결고리.
파워케이블이 꼽히는 양극단자에 직접 납땜되어 회로를 거치지 않고 2개의 전선이 바로 외부로 돌출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전선보다 굵고 단단했구나. 결국 직접 따온 선은 튜브를 통해 세종대왕 후면에 붙은 도란스에 바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그래서 하단 우퍼스피커 컨트롤 회로에 들어가는 전류의 조절은 도란스가 하는 기능이었다. 이제 새로운 파워에 두가닥의 전선을 납땜하고 전기드릴로 파워케이스에 구멍을 내어 배선을 빼냈다. 그리고 파워에 전원을 넣었다. 그러나 교체한 파워조차 꼼짝도 않는다. 아무리 중고제품 이라지만 헉 헉~~ (3차 맨붕~)
전선을 꽂고 파워버튼을 누르면 파워서플라이에 FAN이 돌아야 하는데 꼼짝을 안하니~~ 최후의 수단으로 파워에 강력한 쇼트를 넣어 벽돌을 깨기로했다. 인터넷을 뒤져 찾아가며 생쑈를 다했다. 결국 아래의 방법을 통해 부팅에 성공한다
20핀 파워탭의 노치(걸쇠)가 있는 윗부분의 녹색선(4번단자)과 검은색(6번단자)를 핀셋을 잘라 홀에 맞춰 넣고 전원케이블을 꽂으니 갑자기 쉥~하면서 팬이 돌아가는게 아닌가... 4번의 녹색선과 검은선(5.6.7번단자) 조합이면 4+5/4+6/4+7번과 쇼트를 연결해도 관계없다. 내친겸에 CR2032 코인 베터리도 새것으로 교체하고 세종대왕 이마에 얹힌 디지탈액정 시계 건전지도 새것으로 갈았다. 그리고 세종대왕 본체의 파워를 누르는 순간, 노란불이 들어오면서 웅~하는 소리와함께 CD롬의 LED가 깜박거린다. 20년간 잠들었던 세종대왕을 깨우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 .
일단 작동은 성공했으나 하드디스크가 죽어있었고 CD롬과 3.5인치 플로피까지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모아둔 부품을 꺼내어 전부 교체했다. 케이블 연결하고 디스켓으로 부팅후 윈도우98을 설치했다. 각종 드라이버까지 세팅하는데 3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과거의 명성 그대로를 재현했다. 이제 남은건 신나게 달리는것 뿐~~
실시간 디지탈 시계도 정확히 돌아가고 우퍼와 양쪽 스피커도 소리가 쨍하다. 부팅시 우퍼는 쿵쾅~쿵쾅.. 방안이 내려앉는줄 알았네... 테스트 기념으로 도스용 레이싱게임 스크리머를 돌려보았다. 막힘없는 스피드와 쾌속진행이었다. 건강한 몸으로 귀환하신 그 이름은..... 2020년 세종대왕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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